랜드로버 따라하다 미끄러진 중국 체리 풀윈 X3L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를 겨냥해 야심차게 출시된 중국 체리 자동차의 플래그십 전기 SUV 풀윈 X3L이 심각한 품질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 제조사의 시도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대형 럭셔리 전기 SUV를 향한 도전
체리 풀윈 X3L은 전장 4,900mm가 넘는 대형 차체와 2,900m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를 갖춘 7인승 전기 SUV입니다. 듀얼 모터 AWD 시스템으로 최대 408마력의 출력을 자랑하며, 88kWh 배터리로 CLTC 기준 52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광고했습니다.

외관 디자인은 랜드로버의 DNA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각진 라인과 박스형 실루엣, 수직으로 배치된 헤드램프 등은 레인지로버를 연상시킵니다. 실내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대형 듀얼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가격은 약 3만 5천 달러부터 시작해 실제 랜드로버 모델의 절반 수준입니다. 스펙만 보면 가성비가 뛰어난 럭셔리 전기 SUV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브레이크 결함
가장 심각한 문제는 브레이크 시스템의 불안정성입니다. 여러 오너들이 급제동 시 제동력이 좌우 불균등하게 작용하거나, 브레이크 페달이 바닥까지 밟히는 위험한 상황을 경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전기차의 회생제동과 물리적 브레이크가 조화롭게 작동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로 추정됩니다.

한 오너는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앞차가 급정거했을 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제동력이 약해져서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2톤이 넘는 대형 SUV에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운전자와 탑승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결함입니다.
서스펜션 시스템도 문제입니다. 풀윈 X3L은 옵션으로 에어 서스펜션을 제공하는데, 이 시스템이 주행 중 갑자기 차고를 변경하는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고속 주행 중 한쪽 바퀴만 차고가 낮아지면서 차량이 기울어지는 현상이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차량 제어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배터리 관리의 실패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일부 차량에서는 완충 후에도 실제 주행 가능 거리가 공인 수치의 70퍼센트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셀의 상태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온도 관리도 미흡합니다. 급속 충전 시 과열 경고가 자주 뜨며, 겨울철에는 주행거리가 급격히 감소한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거나, 소프트웨어 제어 로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BMS 소프트웨어의 버그도 심각합니다. 배터리 잔량 표시가 갑자기 급락하거나, 충전이 80퍼센트에서 멈추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가장 핵심적인 부품인데,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제품 개발의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줍니다.
조잡한 조립 품질
프리미엄을 표방했지만 기본적인 조립 품질도 형편없습니다. 차체 패널 간 틈새가 일정하지 않고, 심한 경우 5mm 이상 벌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도어와 보닛, 트렁크의 조립 상태가 들쭉날쭉해 저가 차량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실내 마감도 기대 이하입니다. 합성 가죽 시트는 몇 개월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벗겨지고 주름이 생깁니다. 플라스틱 트림은 삐걱거리는 소음을 냅니다. 센터 콘솔의 버튼들은 작동감이 조잡하고, 클릭감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도어를 닫을 때 나는 소리도 문제입니다. 고급 차량은 문을 닫을 때 묵직하고 단단한 소리가 나야 하는데, 풀윈 X3L은 얇은 철판을 두드리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이는 차체 강성과 차음재 처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완성 소프트웨어와 전자 장비
현대 전기차에서 소프트웨어는 핵심 경쟁력입니다. 하지만 풀윈 X3L의 소프트웨어 완성도는 베타 테스트 수준입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주 재부팅되거나 먹통이 되며, 내비게이션은 경로를 잘못 안내합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차선 유지 보조는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해 핸들을 급격히 조작하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거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불필요한 급제동을 합니다.

더 문제는 OTA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체리 측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업데이트 자체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업데이트 후 오히려 문제가 더 심해졌다는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민낯
체리 풀윈 X3L의 사례는 중국 전기차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많은 중국 제조사들이 빠른 시장 진입과 양적 성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품질 관리와 안전성 검증을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최신 기술과 화려한 사양을 앞세워 신차를 출시하지만, 충분한 테스트와 검증 없이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배터리와 전장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체리는 중국에서 비교적 오래된 자동차 제조사이지만, 이번 풀윈 X3L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래서 중국차 못 탄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해외 진출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됩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높은 장벽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풀윈 X3L 같은 품질 문제는 해외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유럽과 북미는 안전 규제가 매우 엄격해서, 현재 수준으로는 인증 통과 자체가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중국산 전기차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BYD나 NIO 같은 상대적으로 품질 관리가 잘 되는 브랜드도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는 중국 전기차 산업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제조사들이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충분한 테스트와 검증을 거친 후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체리의 늑장 대응
문제가 불거진 후 체리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일부 차량에 대한 무상 수리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리콜 계획이나 보상 방안은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 불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도 이번 사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신부는 전기차 제조사들에 대한 품질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안전 기준 미달 차량은 판매 중단 조치가 가능하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판매된 차량의 오너들은 불안한 상태로 차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중고차 시장에 급히 내놓고 있지만, 품질 문제가 알려지면서 중고차 가격도 급락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품질이 곧 생존이다
체리 풀윈 X3L의 실패는 명확한 교훈을 줍니다. 화려한 디자인과 높은 사양,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품질 관리, 철저한 안전성 검증, 신뢰할 수 있는 사후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랜드로버를 따라하려던 야심은 품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간과하면서 무너졌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이며,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시장 성공은 요원할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차량을 원합니다. 생명을 맡기는 제품인 만큼, 품질과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체리 풀윈 X3L은 이를 무시한 대가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이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빠른 성장보다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품질이 곧 생존이라는 자동차 산업의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